선비의 벗, 사군자
선비는 학식과 인품을 두루 갖춘 사람으로 조선을 이끌어갔던 핵심 계층이었다. 그들은 일생동안 유교적 도덕규범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자 하였다. 그들에게 절개(節槪)와 은일(隱逸)은 목숨과 같았다. 이러한 세계에 살았던 선비들은 자연스럽게 사군자 즉 매화·난초·국화·대나무에 주목하였다. 이들 넷의 특성은 당시 선비들이 지향했던 이상(理想)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사군자를 늘 곁에 두고자 하였으며 사군자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말하자면 사군자는 선비의 친근한 벗이자 스승이었던 셈이다.
사군자는 여러 미술 분야의 중요한 소재였다. 우선 회화(繪畵)가 주목된다. 선비들은 사군자그림을 늘 감상하였고 직접 그리기도 하였다. 사군자그림에서는 겉모습을 똑같이 그리는 사실성(寫實性) 및 그린 사람의 뜻이 드러나도록 하는 사의성(寫意性)을 중요시하였다. 한편 조선시대 백자(白磁)와 목기(木器) 가운데에서도 당시 선비들의 고아(高雅)한 면모를 잘 담아낸 사군자그림이 적지 않았다. 옛 미술 속의 격조 높은 사군자에는 선비들의 맑고 깨끗한 향기가 깃들었으며 지금까지도 그 향은 계속되고 있다.
생활 속의 사군자
사군자는 조선시대 사대부 문예(文藝)의 대표적인 제재(題材)로 문인화(文人畵)뿐만 아니라 민화(民畵)나 일상생활 기물(器物)의 장식문양으로도 널리 사랑받았다. 특히, 조선 후기에 이르면 사군자 모티프는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변용되어 나타난다. 즉, 민화나 각종 공예품에서 보이는 사군자는 문인 취향의 사의적 표현에서 벗어나 인간의 기복(祈福)과 염원(念願)을 드러내고 미술품의 심미성(審美性)을 강조하기 위한 길상장식(吉祥裝飾)의 성격으로 변모한다.
도자기는 사군자문양이 크게 성행한 분야로, 매화와 대나무가 가장 선호되었다. 이 두 식물은 한 기물에서 한 쌍을 이루며 장식되는 경우가 많다. 또 각 소재는 다른 초화문(草花文
)과 어울리거나 장생문(長生文)의 일부분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문방구(文房具)는 선비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기물로, 여기에 장식된 사군자는 간결하게 표현되어 번잡함을 멀리 했던 그들의 미의식(美意識)을 엿볼 수 있다. 이외에 나전칠기(螺鈿漆器)·목가구(木家具)·장신구(裝身具)·연초합(煙草盒) 등도 사군자가 장식문양으로 활용된 분야이다. 이는 선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사군자 모티프가 점차 일반 서민과 여성에 이르기까지 확산된 결과이다. 이러한 점은 민화(民畵)에서도 확인되는데, 사군자의 의미가 확대되어 길상과 장식적인 요소로 활용되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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